생일

세인은 생일에 연회를 베풀거나 음악을 연주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시회를 열기도 하면서 이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있으나, 당나라 문황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니, 진정 상정에서 초월하였다 할 것이다.

어떤 이가 물었다.

“이 날에는 즐거운 잔치를 여는 것보다는, 경을 독송하거나 부처님께 예참하면서 복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다. 부모님이 낳아 길러주신 은혜를 갚고, 나의 평생에 지은 업장을 멸하고자 하면, 당연히 이러한 일로써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도 지말적인 것으로 근본은 아니다. 

선덕이 말하기를 

“어떤 것이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이전의 너의 본래 모습인가?” 하였으니, 이 날, 능히 즐거운 잔치를 마다하고 태어나기 이전의 본래 모습을 정념으로 관찰하는 자가 있는가?

만약 이 문제를 확연히 통찰한다면, 비단 금생의 부모 은혜를 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겁의 부모 은혜를 갚을 수 있으며, 비단 현생의 업장을 멸할 뿐만 아니라 다생의 숙장을 멸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열반의 즐거움을 누림이여. 

효성스럽다, 이 사람이여!

위대하다, 이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