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법불교학교 심화반에서 中論을 작년 9월부터 읽고 토론하며 공부해왔다. 계묘년 정월 그 대미를 맞는다. 중론 (「근본중송」 27게송), 어렵다. 알 듯 모를 듯, 같이 읽고 스님 말씀 들으며 이야기 나눌 때는 알고 조금 지나면 모르고 그러기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와있다.

  破邪顯正(삿된 것을 타파하고 바른 것을 드러냄)! 용수보살님은 실재론을 다양한 논법으로 논파하고, 그 논파의 근거인 空性은 무엇인가, 공성에 의해 초래되는 희론적멸의 경지, 진실, 법성 등을 설명한다.

  희론이라니, 이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희론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prapañca(쁘라빤짜)’다. 신상환은 그 뜻을 여러 갈래로 퍼진 사유와 언어, 진리에 어긋난 사유와 언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론』 해설편에서 고시마 기요타카는 쁘라빤짜의 기본 의미인 ‘전개, 광대(廣大), 다의(多義), 다원성’을 바탕으로 희론을 ‘언어적 다원성’으로 번역하고 있다. 희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가던 중 동네 도서관에서 러셀 셔먼의 책 『피아노 이야기 Piano Pieces』를 빌려서 읽었다. 그 계기는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청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연주가 너무 좋아서 듣다 보니 그의 스승이 손민수고, 그의 스승은 러셀 셔면을 사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피아니스트인데 선사(禪師) 같은 말씀을하는 것 같았다. ‘상관관계’라는 소제목을 달고 일반적인 문화적 및 미학적 고찰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언어를 언급하는 부분은 나에게 바로 중론에서 말하는 희론과 상관관계가 지어졌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러셀 셔먼이 언급하는 언어의 범주 안에 있으리라.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것이 희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성으로 비추어 보아야 희론이 적멸해진다고하는데,,,, 언제 그날이 오려나. 아득히 먼 곳? 아니면 바로 지금?

“젊은이들이 쓰는 언어의 종류는 뉴스 언어, 광고 언어, 정치 언어, 대중문화 언어, 그리고 학문 언어로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 뉴스 언어는 상관관계와 균형과 변화 등의 잘 다듬어진 사고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광고 언어는 우스꽝스러운 과장과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언어의 타락의 전형이다. 정치 언어는 위험 수준에 이른 광고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 언어는 반항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순수미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스스로 분열되어 반사되는 무게에 짓눌려 죽는다. 학문 언어는 외부의 색다른 견해를 철저히 배척하는 내부적 기준에 따라 주제를 정하기 때문에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력을 저해한다. 이런 여러 가지 경향으로 인한 언어 훼손의 결과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투덜거림과 그림과 낙서가 난무하는 사막이다. 또는 기껏해야 거짓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한 ‘명료함’을 가장한 거짓 간결함이다.” (러셀 셔먼 지음, 김용주 옮김, 『피아노 이야기』, 은행나무, 2022)